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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게르의 이동형 주거, 유목 생활의 건축적 해답 유목 민족의 삶과 건축의 탄생: 게르(Ger)의 기원 몽골의 광활한 초원은 계절마다 극심하게 변하는 기후와 지형적 특성으로 인해, 고정된 주거보다는 자유롭게 이동 가능한 생활 방식이 더욱 적합했다. 이러한 자연환경 속에서 수천 년 동안 이어져온 유목 문화는, 주거 형태 또한 철저히 환경에 순응하며 진화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등장한 것이 바로 '게르(Ger)'다. 게르는 몽골과 중앙아시아 지역의 유목민들이 사용한 전통 이동식 주거 형태로, 그 뿌리는 기원전 수백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게르의 가장 큰 특징은 철저히 유목 생활에 맞춰 설계되었다는 점이다. 가축의 이동 경로에 따라 주거를 옮겨야 하는 유목민에게는 빠르게 해체하고 다시 조립할 수 있는 구조가 필수였다. 동시에 바람과 추위, 뜨거운 햇볕..
고대 로마의 바실리카 구조, 공공 공간 설계의 원형 로마 바실리카의 기원과 탄생: 공공 공간 개념의 시작 고대 로마의 바실리카(Basilica)는 단순한 건축 유형을 넘어, 고대 도시에서 시민 공동체의 활동이 이루어지는 핵심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기원전 2세기 무렵 처음 등장한 바실리카는 시장, 법정, 회의장 등의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면서 도시의 심장부 역할을 했다. 특히 포룸(Forum)과 같은 공공 광장 근처에 위치해 상업과 정치, 사법이 교차하는 물리적 중심지로 기능했다. 바실리카는 보통 직사각형 평면을 갖고 있으며, 내부에는 높은 중앙 공간인 네이브(Nave)가 위치하고, 양쪽에는 비교적 낮은 측랑(Aisle)이 병렬로 배치되어 있었다. 공간 끝에는 반원형의 아프스(Apse)가 마련되어 있었으며, 이는 종종 재판관의 좌석이나 공식 발표가 이루어지는..
카우보이 시대 미국 농가에서 본 자연 순응형 설계 카우보이 시대의 환경 인식과 주거 방식 19세기 중반부터 20세기 초까지, 미국 서부 개척시대의 중심에는 카우보이들의 일상과 밀접한 농가 생활이 있었다.이 시대의 농가는 전기, 수도, 도로 같은 기반 시설이 미비하거나 전무한 상황에서 설계되어야 했기에 철저히 자연환경에 순응하는 방식으로 건축되었다. 서부의 광활한 평원이나 황량한 사막지대, 고도 차가 심한 산지 등 다양한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주거 방식이 필수였다. 농가 주택은 단순한 쉼터가 아닌, 생존과 노동의 중심지였으며, 이에 따라 바람 방향, 일조 시간, 우수 배출 경로 등 자연 요소를 철저히 분석하여 설계되었다. 자재 역시 외부에서 들여오기 어려운 여건상 현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나무, 흙, 돌, 짚 등을 적극 활용했고, 건축과 생활 전반에..
이슬람 건축의 무카르나스 장식, 기능과 아름다움의 조화 무카르나스(Muqarnas)의 기원과 건축사적 의미 무카르나스는 10세기경 동이란 및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등장한 독특한 건축 장식 양식으로, 이후 셀주크, 사파비, 오스만, 무어 등 다양한 이슬람 문화권에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발전해왔다.이 정교한 구조물은 천장, 돔, 아치 등 건축의 전이부를 장식하면서 동시에 공간의 신성함을 시각적으로 강조하는 역할을 했다.무카르나스는 단순한 조형미를 넘어서 이슬람 철학에서 중시되는 우주의 조화와 질서를 시각화한 도구로 사용되었으며, 수학적 정확성과 기하학적 규칙성을 통해 인간과 신의 세계를 연결하는 상징성을 담고 있다. 초기 무카르나스는 점토나 석고로 시작해, 이후 타일, 대리석, 목재 등 다양한 재료로 확장되며 건축사 내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만들었다. 이러한 발..
중세 유럽의 티머프레임 구조, 목조 건축의 정교한 미학 중세 유럽의 티머프레임 구조란 무엇인가중세 유럽의 건축 양식 중 대표적인 구조로 꼽히는 티머프레임(Timber Frame) 방식은, 굵고 견고한 목재를 기본 골조로 활용하여 건물을 세우는 전통적인 구조 기법이다.이 방식은 12세기부터 18세기까지 유럽 전역에서 널리 퍼졌으며, 특히 독일의 프랑켄 지역, 프랑스의 노르망디, 그리고 영국 전역에서 다양한 형태로 응용되었다. 티머프레임은 단순한 골조 역할을 넘어, 구조 자체가 건축미의 중심이 되는 특징을 지닌다. 목재 기둥, 가로보, 대각선 버팀목이 정교하게 조립되어 하중을 분산시키고, 전체적인 안정성을 확보하며, 외관에서도 독특한 패턴과 리듬감을 제공한다. 못이나 접착제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목재 간을 정확히 맞춰 짜는 ‘장부 맞춤(Tenon and Mort..
지중해 전통 건축의 흰 벽, 자연 채광과 냉각의 지혜 지중해 전통 건축의 상징, 흰 벽의 역사와 의미 지중해 지역의 마을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빛에 반사되어 눈부시게 빛나는 흰 벽이다.이 독특한 건축적 특징은 단순히 아름다움을 위한 것이 아니라, 수세기 동안 축적된 기후 적응의 지혜가 담긴 결과물이다.특히 그리스의 산토리니 섬, 스페인의 안달루시아, 튀니지의 시디 부 사이드, 모로코의 쉐프샤우엔 등 다양한 지중해권 국가에서는 이런 흰색 외벽이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석회나 회반죽을 반복적으로 덧발라 유지된 이 흰 벽은, 태양의 직사광선을 효과적으로 반사시켜 실내의 열 축적을 억제한다. 이로 인해 고온 다습하거나 건조한 기후에서도 상대적으로 쾌적한 실내 환경을 유지할 수 있었으며, 이는 현대적인 에어컨 시스템 없이도 지속 가능한 삶을 가..
기후에 맞춘 건축: 아프리카 말리의 모스크 건축 기술 1. 기후와 조화를 이룬 건축, 말리의 전통 모스크 아프리카 서부 내륙에 위치한 말리는 혹독한 기후 조건을 지닌 지역이다.뜨거운 햇빛이 하루 종일 내리쬐고, 일교차가 극심하며, 강수량이 매우 적은 사막성 기후는 거주 환경뿐 아니라 건축물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이런 극한의 기후 조건 속에서 말리의 전통 모스크들은 오랜 세월 동안 지역 주민들의 지혜로 다듬어진 기후 적응형 건축의 진수를 보여준다. 대표적으로 제네 시에 위치한 제네 대모스크(Great Mosque of Djenné)는 세계 최대 규모의 진흙 건축물로, 13세기부터 현재까지 유지되어 오고 있다. 이 모스크는 종교적 상징성을 넘어서, 기후에 맞춘 생존형 건축 전략의 훌륭한 사례다.넓은 면적의 외벽, 두꺼운 벽체, 최소한의 개구부 등은 모두 태..
중앙아시아 마을의 진흙담장, 방풍과 단열의 현명한 조합 1. 중앙아시아 전통 마을의 진흙담장, 환경에 적응한 건축물 중앙아시아의 농촌과 오아시스 주변 마을에서는 오랜 세월 동안 자연환경에 적응하면서 축적된 전통 건축 기법이 눈에 띈다. 특히 거친 기후와 대륙성 특유의 건조함, 사막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사람들은 진흙을 활용한 담장을 마을의 경계와 가옥 주변에 세웠다. 이 진흙담장은 단순히 마당을 구분하거나 외부의 침입을 막는 용도가 아니라, 바람, 먼지, 기온 차로부터 거주자를 보호하는 다기능 구조물로서 발전해왔다. 중앙아시아 사람들은 이러한 구조를 통해 자신들의 일상과 주거 공간을 자연의 변화로부터 지켜냈으며, 이는 마치 환경과의 협상 결과물처럼 보인다. 수 세대에 걸쳐 전해진 기술은 지역 공동체 내에서 자연스럽게 학습되고 계승되었으며, 그 축적된 지식..